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7)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중장거리 타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쐐기 스리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며, 데뷔 첫 2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KBO 교타자'에서 'MLB 하이브리드 타자'로 진화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통산 타율 0.340, 볼넷 383개, 삼진 304개를 기록한 정통파 교타자였다. 뛰어난 컨택 능력과 탁월한 선구안으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지만, 장타력에서는 제한적이었다. 7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건 단 두 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빅리그 무대에서는 타격 성향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스윙 궤적을 장타 중심으로 바꾸며 장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삼진이 늘어난 대신, 한 방을 갖춘 타자로 새 정체성을 구축 중이다.
15일 경기서 시즌 6호 홈런…MLB 첫 2경기 연속포
한국시간 5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이정후는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7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라인 넬슨의 138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즌 6호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이틀 연속으로 홈런을 기록한 것은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날 8회 쐐기 3점포에 이어 또 한 번 결정적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비거리 120m, 타구 속도 163.7km…명백한 장타자
이날 홈런은 비거리 120m, 타구 속도 시속 163.7km에 달하는 대형 아치였다. 앞선 세 타석에서는 범타에 그쳤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의 한 방으로 장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경기 종료 기준 시즌 타율은 0.286(48안타/168타수)로 소폭 하락했으나, OPS는 0.805에서 0.812로 상승하며 생산성을 입증했다. 교타자 시절과는 달리, OPS 지표로 타자의 가치가 평가되는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는 점점 '완성형 타자'로 진화 중이다.
경기 결과는 아쉬운 패배…그러나 이정후는 빛났다
샌프란시스코는 경기 막판 1점 차로 따라붙으며 추격했지만, 7-8로 패하며 아쉽게 3연전 위닝시리즈 달성에 실패했다.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삼진, 라몬테 웨이드의 밀어내기 볼넷 이후 크리스천 코스의 중견수 플라이로 승부가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데뷔 첫 2경기 연속 홈런, 중심 타선에서의 확실한 존재감, 그리고 장타력 상승은 샌프란시스코에 큰 희망 요소다.
17일부터 오클랜드 원정…이정후의 상승세 이어질까
샌프란시스코는 하루 휴식 후 17일부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 3연전을 앞두고 있다. 이정후의 연속 홈런 행진이 이어질지, 그리고 중심 타순에서의 입지를 얼마나 확고히 다질 수 있을지가 향후 팀 성적과도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교타자’로 시작해 ‘중장거리 타자’로 진화하고 있는 이정후. 그의 변화는 단지 적응을 넘어, 메이저리그 성공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